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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을 어지럽힌다면
잘못 프로그래밍 된 거 겠지
잘못된 건 삭제해야지
혹은 리셋하거나

6회 소녀신의 대사다.
6회에서 열심히 예상했던 리셋이 12회차에서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6회 엔딩에서 말한 결과는? 리셋이 아니라 삭제였던 것이다. 동경의 삶에서 멸망을 지웠고, 멸망과 동경 주변 사람들의 삶에서 동경을 잠시 지웠었다. 그 결과는 어땠는가? 결국엔 멸망은 동경을 택했고, 동경 또한 멸망을 택했다. 결론은 같았다. 

그렇지만, 계약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동경을 위해 소녀신은 리셋이라는 카드를 내민다.

두 사람의 관계는 리셋됐다.
'계약'은 사라졌고, 기억은 지워졌으며, 감정은 묻어버렸다.

그러나 습관은 남겨두었으며, 틈은 열어두었다.
동경이 팔찌를 끼고 있는 것, 멸망이 12시가 되기 전 어디론가 가려고 하는 것, 주변 사람들에게 말한 동경이의 말들까진 지우지 않은 것.

두 사람은 리셋된 상황에서 같은 질문을 던지기도 하지만 다른 선택을 한다.
동경과 멸망이 부딪혔을 때 동경이 멸망이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것은 같지만, 동경을 두고 무심히 걸어갔던 멸망은 동경을 다시 돌아본다.
존재에 대한 질문, 마음이 들리는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누지만, 멸망은 동경의 생각을 지우지 않는다.
동경은 세상이 딱 망해버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늘을 향해 소리치지만, 이번엔 소리치지 않는다.
동경이 12시가 지나서 머리가 아파올 때, 이전에는 계약상태였던 멸망은 소원으로 협박하다가 손을 잡아주지만, 계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원이냐며 묻고 멸망은 동경의 손을 잡는다.
동경이 가고싶은 곳을 데려가서 멸망은 계약을 제안하지만 동경은 계약을 맺지 않는다.

어쩌면 잘못 프로그래밍된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일까.

소녀신이 만들어둔 틈 사이로 멸망과 동경은 끊임없이 서로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묻어두었던 감정은 조금씩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고 결국엔 서로를 기억해낼 것이다. 계약이 없어도 멸망은 동경을 살리기 위해, 동경은 멸망을 살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지. 그 끝은 해피엔딩임을 믿는다.

12회 좋았다

처음과 다른 선택을 한 동경이도

서로에 대한 기억은 잊었지만 자꾸만 이끌리는 두사람.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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